1. 등산의 의미와 배경 |
등산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의 동기는 대개 단순해서 "등산이란 무엇이며, 언제 시작되었으며, 왜 산에 오르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런 사연이나 내용을 알아보았자 등산을 시작하는 재미가 증가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등산을 시작한다면 등산의 의미는 보다 뜻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현재와 같은 의미의 등산을 인류가 시작한 것은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동서고금을 통해 종교적인 목적이나 군사적인 목적으로 산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의미를 가진 최초의 등산은 1786년 8월 8일 의사인 미셸 파카르 (Michel Paccard)와 농부인 자크 발마 (Jacques Balmat)에 의한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Mont Blanc, 4807m)의 등정이었다. 이 등산의 동기는 현상금을 타기 위한 다소 불순한 목적이 있기는 했으나, 이 등산의 성공은 등산의 보편화를 가져왔다. 이후 알프스를 오르는 행위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로마 문자권에서 등산을 표현하는 알피니즘의 기원이 되어 영어 (alpinism)나 프랑스어 (alpinisme), 독일어 (alpinismus), 그리고 이탈리아어 (alpinismo)에서 모두 등산을 알피니즘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류의 등산 행위는 세계 각처에 산재한 높은 산에서 숱한 비극과 영광을 기록하며, 마침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Everest, 8848m)가 8번에 걸친 영국 원정대의 도전 끝에 1953년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 (Edmond Hillary)와 셸파 텐징 노르게이 (Tenzing Norgay)에게 정상을 내 주어 지구상에서 더 이상 높이 오를 대상이 없어졌다.
등산은 왜 하는가? 아니면 산에 왜 가는가? 이런 똑같은 뜻의 물음에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떠난 후 행방불명된 조지 멀로리 (George Mallory)가 말한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는 진부한 대답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고 진정한 의미에서 등산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때 알맞은 대답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산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1992년 경남산악연맹 낭가파르밧 (Nanga Parbat, 8125m) 원정 보고서의 한 구절로 대신한다.
"자연은 우리들로부터 떨어져있는 것도,
훈련으로 정복되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한 부분이며, 만물에 이어진 아름다움과 장엄이다.
산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삶의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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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행형태 |
산을 어떤 식으로 오를 것인가는 초보자나 경험자나 산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생각해봐야 하는 첫 번째 과제다. 산행형태를 결정해야 산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산행의 형태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행은 크게 휴일을 맞아 근교 산에 오르는 당일산행부터 주말 오후에 좀 더 멀찍한 곳의 산을 찾아 일박을 하고 돌아오는 주말산행, 휴가철을 맞아 설악산이나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고 며칠씩 산행을 하는 장기산행 등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구별과 산에 함께 가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단독과 집단산행으로 구분한다.
단독산행은 가장 원시적인 등산형태이자 가장 위험한 등산형태이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이나 전문 등산가 사이에서 이 방식을 택하기도 하지만 초보등산의 시작이기도 한 형태다. 집단등산은 동호인이나 동아리 또는 단체에서 행하는 형태로 단체행동을 전제로 한 등산을 말한다. 때문에 상세한 세부사항과 준비가 필요하며 등산의 형태에 따라 다시 몇 가지로 구분된다.
(1) 종주(終走)등산 |
전통적인 등산으로 능선을 따라 등산하는 방식이다. 북한산을 예로 들면 백운대를 기점으로 북한산성 성곽을 따라 위문을 지나 만경대, 병풍암, 용암문, 대동문, 대성문을 지나 보현봉, 대남문까지 가는 코스가 대표적인 종주코스라 할 수 있다. |
(2) 횡단(橫斷)등산 |
계곡이나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올라온 곳의 반대편 쪽의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하산하여 산을 횡단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한라산의 경우 관음사를 출발, 개미등을 따라 백록담에 오른 후 남벽으로 내려와 평지궤 대피소를 지나 돈내코로 하산하는 방식으로 출발점과 도착점을 반대로 시행해도 된다. 이 또한 종주등산과 함께 전통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
(3) 방사상(紡絲狀)등산 |
이 등산은 많은 인원이 필요한 방식으로 설악산의 경우, 1조는 비선대를 출발하여 천불동 계곡을 지나 죽음의 계곡을 통해 대청봉에 오른 뒤 오색으로 하산, 2조는 장수대를 출발하여 대승령에 오른 뒤 서북릉을 따라 대청봉, 화채릉을 따라 권금으로 하산, 3조는 백담사를 출발하여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구곡담 계곡을 통해 대청봉에 오른 뒤 관모산을 지나 양양으로 하산, 4조는 미시령을 출발 황철봉과 저항령, 마등령, 그리고 공룡능선을 따라 대청봉에 오른 뒤 한계령으로 하산한다.
이렇듯 하나의 산을 여러 조로 나누어 등산하는 방식인데 각 조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집단의 훈련이나 조사, 또는 구조수색 목적으로 채택된다. |
(4) 집중(集中)등산 |
여러 조가 정상을 향해 각기 다른 곳을 출발, 정상에서 만나는 방식을 말한다. 지리산의 경우 1조는 칠선계곡에서, 2조는 중산리에서, 3조는 유평리에서, 4조는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 정상에서 마나 중산리로 하산하는 식이다. 방사상 등산과 유사하지만 하산방식만 다른 것으로 이 또한 집단훈련이나 탐사, 구조 목적 등으로 흔히 채택된다. |
(5) 파상(波狀)등산 |
글자 그대로 정상을 향해 물결처럼 단속적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말한다. 먼저 출발하는 조는 등반능력이 우수한 사람들로 구성, 루트를 보강하거나 개척하면서 올라가고, 뒤따르는 조는 보급품을 운반하고, 이어서 학술조사조가 뒤따르고 마지막에는 정리와 확인을 하는 본부조가 뒤따르는 식이다. 미개척지의 등산에 채택되는 방식으로 주로 대규모의 히말라야 원정시 베이스 캠프까지 가는 과정에 채택된다. |
(6) 고산(高山)등산 |
흔히 극지법(極地法), 즉 폴러메소드(polar method)나 폴러시스템(polar system)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만들어서 쓰는 어원불명의 일본식 조어지만 불행하게도 국어사전에 올라 통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는 지난 세기초 북극탐험에서 이용하던, 물자저장소를 하나씩 전진시켜 세우면서 극점에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진 물자저장소에서 극점을 왕복하는 방식으로 히말라야처럼 규모가 큰 산에 적용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치밀한 운행계획을 세워야하는 기획성이 필요하며, 운행상의 기술을 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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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행계획 |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해서, 어디로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고, 언제 올 것인가 등을 머리 속에라도 기억하고 출발해야지 무작정 산에 오른다면 이것은 '등산'이 아니라 산야를 헤매는 '방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오를 경우 에는 보다 더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가끔 국내의 명산에서 단체 등산인 들의 조난사고가 발생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는데 그 원인은 대부분 철저한 준비가 부족한 데 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세부적인 계획을 차례대로 세운다. 그래서 종합했을 때 최종계획이 완료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해도 산이라는 대자연을 상대로 한 운동이 등산이므로 계획대로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세계 5위 고봉 마칼루 (Makalu, 8481m)를 초등한 프랑스 원정대의 대장 장 프랑코 (Jean Franco)는 귀국해서 질문 공세를 퍼붓는 기자들 앞에서 "완벽한 계획대로 등반이 이루어져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해 기자들을 실망시켰다는 일화도 있지만 이렇게 완벽한 계획대로 실행되는 등반은 신의 가호가 있지 않고서는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계획을 세워서 산으로 향한다면 산행을 함께 하는 모두에게 고통을 지우게 되므로 최선을 다해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1) 대상 산과 코스의 선택 |
초보자의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이른 오후에 산행을 끝낼 수 있는 1000m 미만의 산을 선택해서 오른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요즈음 대도시 가까이 있는 산들은 최소한 도립 내지 시립공원 등으로 지정되어 코스안내라든가 코스정비가 잘 되어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더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최근 발행되는 산악잡지나 등산안내집, 또는 등산전용지도를 이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원거리나, 동일한 산에서 어려운 코스로 바꾸어 산행을 해 나간다면 좋을 듯 하다.
대상 산의 선택과 함께 자신에게 알맞은 코스를 택해야 할 것이다. 이때야 말로 등산안내서나 등산전용지도가 필요한 때이다. 북한산의 백운대를 오를 경우, 도선사의 주차장을 출발하여 백운산장을 거쳐 정상에 오른 코스와 구파발을 출발하여 원효봉을 올라 암릉을 따라 백운대로 오르는 것은 큰 차이를 나타낸다. 또한 설악산의 비선대를 출발해서 천불동을 따라 대청봉에 오르는 코스를 택할 경우에도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코스선택에 따라 준비해야 할 장비와 식품 등이 달라지므로 따라서 코스선택은 등산계획중 매우 중요한 것이다.
대상 산의 코스선택 요령은 등산안내서에서 소개하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내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대상 산에 갔다 온 사람에게 안내를 받든가, 이 조차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역산악회나 산악전문잡지사나 출판사 등에 문의해 보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다. |
(2) 구성원의 분담
산에 오르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함께 갈 사람들에게 일을 분담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대장, 즉 리더의 선출이다.
대장은 산에 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술에서 가장 뛰어 난 사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함께 참가하는 이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책임감이 있으며, 판단이 정확하고 통솔력이 있는 자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등산을 안전하게 하고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은 의무와 권한을 동시에 가지게 되며, 따라서 대장은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 목적을 성취해야 하는 책임도 동시에 진다.
이웃 일본에서는 조난사고 원인조사 결과 리더가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고 형사처벌을 받은 예가 있었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리더의 책임과 권한이 얼마나 큰가는 강조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서 열거한 요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대장 또는 리더가 되어 무리를 이끌어 나가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함께 가는 사람들의 조를 나누고 대장이나 리더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조장, 즉 서브리더를 뽑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역할을 분담하여 능률적인 운행과 안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장이나 서브리더의 선출은 대장이나 리더를 선출하는 요건을 참고해서 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역할 분담시에는 대장이나 조장이 운행계획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먹거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식품담당, 전체 인원이 사용하는 장비는 물론 참가자의 개인장비까지 관리하는 장비담당이 필요하며, 비상약품 준비뿐 아니라 참가자 중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처치 등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의료를 담당하면 좋을 것이다. 계획수립과 동시에 필요한 금액을 산출, 회원 수대로 나누어 각 개인으로부터 회비를 받아 수입과 지출을 전담하는 회계담당이 필요하다. 이 외에 대규모 등반시 기록만을 전담하는 기록담당이 추가되는 수도 있지만, 꼭 대규모만이 아니고 소규모일 경우에도 참가자 중 적당한 사람을 선정하여 후일의 기록으로 남기면 좋다. |
(3) 계획과 실행 |
앞서 열거한 사항들을 함께 갈 사람들끼리 의논해서 결정한 다음에는 각자 부여받은 역할에 대하여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한데 모아 등산계획서를 작성한다면 여러모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자주 회합을 가지고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아래에 있는 <보기>는 간단한 계획서이지만 둥산시 필요한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입산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등에 신고할 때 제출하면 간단한 요식행위로 신고가 끝날 수 있으며, 조난시 구조작업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계획서의 제작은 퍼스널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좋다. 대원들은 물론이고 관계자나 기관 등에 제출할 충분한 양의 부수를 만든다. 계획서 양식은 <보기>처럼 1. 대상지 2. 기간 3. 참가자 명단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혈액형, 연락처) 4. 운행계획 5. 식사계획 6. 장비목록 (공동, 개인) 등의 요건으로 만들면 된다.
계획서가 완성되었으면 장비의 수리나 구입을 하고, 식품과 소모품을 구입하거나 준비해서 포장한다. 포장이 끝나면 각 개인에게 분배를 한다. 그리고 각 개인이 분배받은 공동장비와 식량, 그리고 개인장비를 자신이 메고 갈 배낭에 꾸려 놓으면 산행준비는 끝난다.
이 과정에서 기록을 위해 캠코더나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이에 들어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건전지 구입과 현상, 인화비도 염두에 두어 비용을 책정해 놓아야 할 것이다.
<보기> 등산계획서
등 산 계 획 서
1. 대상지 : 강원도 설악산 (1708m)
2. 기 간 : 2000년 4월 4일 ~ 4월 7일 (3박4일)
3. 참가자 명단 (표 1-1)
4. 운행계획
제1일 (4월 4일) : 서울 - 원통 - 백담사 - 백담산장
제2일 (4월 5일) : 백담산장 - 수렴동대피소 - 가야동계곡 - 봉정암 - 소청산장
제3일 (4월 6일) : 소청산장 - 중청 - 대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산장 - 비선대 - 설악동
제4일 (4월 7일) : 설악동 - 속초 - 서울
5. 식사계획 (표 1-2)
6. 장비목록
공동장비 (표 1-3)
개인장비 (표 1-4)
참가자 명단 (표 1-1)
담 당 |
성 명 |
주민등록번호 |
주 소 |
전화번호 |
혈액형 |
대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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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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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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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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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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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 사고시 연락 가는한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
식사계획 (표 1-2)
구 분 |
제 1 일 |
제 2 일 |
제 3 일 |
제 4 일 |
아 침 |
|
북어국, 오징어젓, 김, 콩조림 |
육개장, 김치, 김 |
매식 |
점 심 |
매식 |
떡라면, 김치 |
소시지, 육포, 치즈, 비스킷, 말린 과일, 사탕 |
매식 |
저 녁 |
김치찌게, 멸치조림, 깻잎 |
햄(소시지)찌게, 김치, 명란젓 |
된장국, 김치, 삼겹살 구이 |
|
간 식 |
쥐포, 양갱, 사탕, 사과 |
호도, 사탕, 육포, 초콜릿, 말린 과일 |
중식에 포함 |
|
공동장비 (표 1-3)
품 목 |
품 명 |
규 격 |
수 량 |
비 고 |
운 행 구 |
나침반
지도
지도 케이스 |
실바(silva)식
5만분의 1
|
1
2
1 |
|
야 영 구 |
천막
깔개용 비닐
양초 랜턴 |
4~5인용
2m x 4m
|
1
1
2 |
촛불용 |
취사도구 |
조리기구
휘발유 스토브
가스 스토브
조리료통
연료통 |
4~5인용
|
1
2
1
1
2 |
각종 조미료
휘발유용 |
기 타 |
휴지
구급약품 |
|
1
1 |
두루마리
|
개인장비 (표 1-4)
품 목 |
품 명 |
규 격 |
수 량 |
비 고 |
운 행 구 |
배낭
등산화
물통
헤드램프 |
60리터 이상
목이 긴 것
0.75리터 이상
|
1
1
1
1 |
배낭커버 또는 비닐포장
예비전구 및 건전지 |
야 영 구 |
침낭
깔판 |
삼계절용
|
1
1 |
|
취사도구 |
스푼세트
컵 또는 공기 |
|
1
1 |
|
의 류 |
파일재킷
긴팔셔츠
내의
양말 |
|
1
1
2
3 |
|
세 면 구 |
칫솔
치약
비누 |
소형
소형
소형 |
1
1
1 |
|
기 록 구 |
등산수첩
볼펜 |
|
1
1 |
|
기 타 |
라이터
주머니칼
신분증 |
|
1
1
1 |
| | | |
4. 예비훈련 |
산행을 하다보면 근교 당일산행이나 1박 이상을 요하는 한라산이나 설악산 등에서 오르내리다 지쳐 꼼짝하지 못하고 구조요청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평소 운동부족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과격한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산은 평소 일정량의 기본운동을 하고 있다가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산행이 암벽이나 빙벽등반 또는 며칠씩 계속되는 장기 종주등반도 아니고, 높은 산이지만 유명한 산이니 등산로가 잘 나 있을 터이므로 훈련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매 주말 산행을 계속했다면 모르되 일년에 몇 번 손꼽아 가는 산행을, 그것도 다른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한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같이 간 일행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산행 전 대상 산에 맞는 예비훈련은 필수적이다.
산을 오르기 위한 훈련중 가장 좋은 것은 걷는 훈련이다. 평상시 편안한 신을 골라 신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평소의 훈련과 함께 기초체력 보강훈련을 다음과 같은 방법과 요령으로 한다면 산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1) 준비운동 |
최대의 훈련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먼저 신체가 최적의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훈련을 시작할 때 근육이 굳어 있다면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우므로 시작 전에 굳어있는 근육을 풀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근육이나 관절은 따뜻해진 후에 탄력이 생기고 무리한 신장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준비운동은 신체 전반을 움직이는 운동부터 시작한다. 달리기나 줄넘기 등과 같이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운동을 20분 이상 실시하여 맥박을 분당 150~170회 정도까지 올려 놓는다. 이 때 관절의 운동범위도 확장시켜 주되 다치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그리고 아주 서서히 관절을 움직여 준다. 이렇게 근육과 관절이 유연하게 되면 본격적인 훈련으로 돌입한다. |
(2) 스트레칭 |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의 가동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근육을 풀고 관절의 운동범위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신체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한다. 그럼으로써 근육의 부상과 운동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체온상승에는 효과가 없으므로 체온상승을 시키는 다른 형태의 운동과 함께 하지 않으면 준비운동으로서의 가치는 줄어든다. 따라서 체온을 상승시킨 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근육의 온도가 상승되면 스트레칭 동작으로 인해 늘어난 길이에 근육이 보다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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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에는 정적 스트레칭과 동적 스트레칭이 있다.
정적 스트레칭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연성 증대에 효과가 있다. 방법은 최대 스트레칭 지점에 도달할 때 까지 근육과 관절을 천천히 지속적으로 스트레치하여 이 지점에서 5~10초간 머무른다.
동적 스트레칭은 반동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연성 증대에는 효과가 적다. 정적 스트레칭을 10~30초간 실시한 후 2~3초간 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
스트레칭은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1℃ 정도 높여주고, 맥박수가 110회 이상이 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조깅을 800~1000m 정도 하거나, 줄넘기, 제자리 뛰기 또는 달리기를 5~10분 정도 계속한다. 조깅이나 제자리 뛰기를 할 경우, 뛰면서 팔을 흔들어주거나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옆으로 뛰는 등 신체의 움직임을 증가시키면 효과적이다.
스트레칭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호흡은 조용하고 리드미컬하게, 10~30초 동안 유지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때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조심해야 한다. 빈도는 1일 2회씩 주 3회가 적당하다. |
스트레칭은 운동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이는 각 운동의 특성에 따라 신체부위를 쓴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히 암벽이나 빙벽등반과, 걷는 등산은 스트레칭 내용이 달라진다. 따라서 등산 내용에 따라 필요한 동작을 골라서 해야 한다. 이 중 걷는 등산에 필요한 스트레칭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평소에 틈틈이 익혀두었다가 산행 도중이나 전후에, 전부 또는 일부를 실시한다면 보다 상쾌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스트레칭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등산시의 스트레칭은 지나치게 스트레치하기 보다는 약간 부족하게 하는 것이 좋다.
① 발 앞부리를 약 15도 정도 벌린 상태로 쪼그려 앉는다. 이때 발은 어깨보다 넓게 벌리고 무릎이 엄지발가락 바로 위에 있도록 한다. 이런 자세로 편안하게 30초를 유지한다. 처음에는 균형유지가 어려워 뒤로 넘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경사진 곳ㅇ서 하거나, 벽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기 자세를 취할 수도 있으며, 나무나 지팡이 등을 짚고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 자세는 종아리 앞 부분, 무릎, 등, 발목, 아킬레스건, 서혜부(鼠蹊部)의 부위를 스트레치하여 등허리에 생긴 긴장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무릎에 문제가 있거나 고통이 온다면 스트레치를 중지해야 한다.
②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발끝이 정면을 향하게 선 자세에서 시작한다. 주머니칼을 접듯이 상반신을 천천히 숙이도록 한다. 이때 스트레치 동안 등허리가 압박받지 않도록 무릎을 약간 굽힌다. 목과 팔에 힘을 빼고 다리 뒤쪽에서 가벼운 스트레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15~25초 동안 유지한다. 유의할 점은 무릎을 고정시키거나 반동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③ 다리를 반듯이 펴서 허리높이 정도의 나무나 바위 위에 발뒷꿈치를 올려 놓는다. 이때 너무 높은 곳에 올려 놓지 않도록 한다. 다른 발은 무릎을 약간 굽힌다. 이 자세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올린 다리의 뒷부분에 스트레치를 느낄 때까지 상체를 서서히 숙이도록 한다. 발을 바꾸어가며 20초씩 실시한다.
④ 나무나 바위 같은 견고한 지지물 앞에 약간 거리를 두고 선다. 양팔을 이용해서 기댄 후 머리를 손 위에 놓는다. 한쪽 다리는 굽혀 앞으로 놓고, 다른 다리는 반 듯하게 펴서 뒤쪽으로 위치시킨다. 등허리를 펴고, 엉덩이를 앞으로 움직인다. 스트칭시 발끝이 정면이나 약간 안쪽으로 향하게 하고, 뒤에 있는 발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게 주의한다. 약 30초간 실시하되 반동을 주지 말고, 좌우 다리를 번갈아 실시한다.
⑤ 등 뒤로 깍지를 끼고 팔을 반 듯하게 펴고, 팔꿈치를 안쪽으로 서서히 돌린다. 이때 스트레치의 느낌이 없으면 팔, 어깨, 가슴에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팔을 위로 들어올린다. 가슴을 내밀고 턱을 당기고, 5~15초 동안 유지한다.
⑥ 편평한 바닥에 누워 발을 벽에 대고 휴식을 취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등허리를 편평하게 하고, 엉덩이는 벽으로부터 약 10㎝ 정도 떨어져있어야 한다. 최소한 2~3분 동안 실시한다.
⑦ 땅바닥에 누워서 무릎을 굽히고, 발바닥을 땅에 붙여서 근육을 푼다. 이러한 자세에서 서혜부를 스트레치하되 30초 동안 유지한다.
⑧ 편안한 곳에 앉아 발목을 좌우로 돌린다. 각 방향으로 10~20회 반복한다.
⑨ 오른쪽 다리는 반듯이 펴고, 왼쪽 다리는 발바닥이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가볍게 닿게 앉는다. 약한 스트레치가 될 때까지 반듯이 편 다리쪽으로 상체를 서서히 굽힌다. 20초 동안 유지한다. 스트레치의 감각이 없어지면 앞으로 약간 더 굽힌다. 25초 동안 실시하고 나서 양다리를 바꾸어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발목과 발에 힘을 빼고, 편 발을 똑바로 세우도록 하며 머리를 앞으로 깊게 숙이지 않는다. 스트레치하는 동안 대퇴사두근(大腿四頭筋)이 부드러워졌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⑩ 앉아서 발바닥을 붙이고 발끝을 감싸잡는다. 서혜부에 스트레치를 느낄 때까지 굽히면서 부드럽게 당기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등에서도 스트레치를 느낄 수 있다. 40초 동안 유지한다. 이때 팔꿈치를 다리 안쪽에 놓으면 자세가 안정되고 균형이 잡힌다.
⑪ 두팔을 어깨넓이만큼 벌려서 허리높이의 나무 위에 올려놓고, 무릎을 약간씩 굽히면서 상체를 낮춘다. 이때 엉덩이는 발 위에 있어야 한다. 다음에는 무릎을 더 굽혀서 스트레치의 변하를 느껴본다. 그리고 손을 서로 다른 높이에 올려놓고 스트레치 부위를 변화시켜 본다. 최소한 30초 동안 유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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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초체력훈련 |
등산을 시작하면 인체의 순환기 계통인 심장과, 호흡기 계통인 폐에 큰 부담이 온다. 이때 맥박의 수치는 정상맥박의 2배까지 증가하고,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 공급량은 4~5배로 늘어난다. 산소 소모량도 평소의 20배까지 늘어난다.
쉬고 있을 때 심장은 1분당 5리터의 혈액을 공급하지만, 훈련을 �해 단련된 심장은 1분당 30리터 이상의 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 기초체력훈련은 이러한 심장 박출량을 증가시키고, 모세혈관을 발달시켜 보다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하여 인체의 각 근육에 충분한 양의 산소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체력훈련에 적합한 운동으로는 달리기나 수영, 줄 넘기와 자전거 타기가 있다. 이 중 달리기는 심장호흡체계에 부하를 걸고 다리 근육을 다듬어 하체의 체중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훈련의 시작운동으로 좋다.
초보자들에게 알맞은 달리기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10분 정도 뛴다. 이 때 분당 150m의 속도로 약 1.5km를 뛴다. 거리는 150m 단위로 연장한다. 이렇게 해서 4.5km를 30분 내에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계속하다 30분 내에 달릴 수 있게 되면 다음 단계의 훈련을 실시한다.
두 번째 훈련은 천천히 가볍게 뛰는 운동을 10분 정도 하고, 인터벌 트레이닝, 야외 달리기, 스피드 플레이 등의 훈련을 번갈아 한다. 이때는 아스팔트 도로보다는 풀밭이나 흙길을 달리는 것이 좋으며, 전용 운동화를 착용하고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
인터벌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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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기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훈련으로 빨리 달리기와 천천히 달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0m를 빨리 달린 다음, 2~3분간은 천천히 달리는 식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빨리 달리는 시간이 40초 이상되지 않게 한다.
② 빨리 달릴 때는 전력질주하지말고 8할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
③ 천천히 달리는 시간은 30초 이상, 2분 이내로 한다.
가령 200m를 전력질주하는 데 30초가 소요된다고 하면 8할의 속도로 36초 동안 달린다. 이런 식으로 6회 내지 12회 정도를 반복하는데 반복회수는 개인에 따라 조절한다. 천천히 달릴 때 심장과 호흡이 평상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은 신체능력과 관계가 있으므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조절한다. 숨이 가쁜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36초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 훈련은 한, 두 번 해서는 효과가 없으므로 최소한 한달 이상 계속해야 한다. |
야외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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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벌 트레이닝은 단조로운 방법이기 때문에 금방 싫증이 난다. 그래서 숲길이나 들길을 포함하여 5km에서 10km쯤 되게 코스를 정하여 훈련을 해야 좋다. 이때 처음 20~30분간은 천천히 가볍게 뛴 다음, 정해진 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식으로 인터벌 트레이닝과 병행해서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스피드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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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볍게 달리다가 빨리 뛰고, 다리를 크게 벌려서 달리고,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뛰기도 하는 복합적인 달리기 훈련이다. 이 훈련은 꼭 어떤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없으나, 대략 1시간 정도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다.
① 평지에서 70m를 전력질주한다.
② 800~1,000m를 다리를 크게 벌려서 달린다.
③ 50~100m의 오름길을 달린다.
④ 6분 가량 천천히 가볍게 뛰되, 30초 간격으로 15m를 전력질주한다.
⑤ 내리막길 200m를 전력질주한다.
이러한 훈련시에도 아스팔트 도로보다는 풀밭이나 흙길을 달리는 것이 좋으며, 전용 운동화를 착용하고,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충분히 해야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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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사용되고 있는 등산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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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등산은 앞서 '등산의 의미와 배경'에서 언급했듯이 서양에서 발생하고 발전되어 나온 운동이다. 이웃 일본에서의 등산은 19세기 말 명치유신 때문에 들어 온 서구문물의 부산물로 개화를 위해 일본에 온 영국인들에 의해 시작되고 보급되었다. 이렇게 일본에 보급된 등산은 한일합방에 의해 나라 잃은 우리 민족에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를 증명하듯 우리가 사용하는 등산용어 중에도 왜색적인 용어가 많다.
대표적인 용어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겨울철 미끄러운 눈길을 가거나 빙벽등반에 필수적인 미끄럼 방지용 쇠발톱(?)이랄 수 있는 아이젠 (Eisen)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원래 독일어로 정확히 말해서 슈타이크아이젠 (steigeisen)으로 과거 나무로 된 전봇대에 오를 때 사용하던 발 디딤쇠를 뜻하는 말이지만, 일본인들이 슈타이크는 빼고 쇠라는 뜻의 아이젠만 받아서 썼다. 왜정 때 쓰여진 이 용어가 그대로 고착되어 결국은 겨울용 타이어의 상품명으로 채택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일본인들은 이미 그들의 실수를 깨닫고 아이젠 대신 영어난 불어인 크램펀 (cramon)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젠과 함께 럿셀 (russel)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은 미국에서 눈이 많은 지역의 기차운행을 위해 제설차를 고안한 미국인의 이름인데, 그가 고안한 제설차가 일본에 도입되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본 일본인들이 '눈길을 내는 행동'에 제설차 발명가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국내의 등산 장비점 상호로까지 사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버너 (burner)는 보일러 등에 사용하는 대형 연소장치를 뜻하는 것으로 취사용 풍로를 표현하는 용어로는 적당치 않다. 영어권에서는 취사용 풍로는 엄연히 스토브 (stove)라고 하는데, 이 또한 일본의 영향으로 아직껏 버너라고 부르고 있다. 이 용어도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되었다.
이렇게 뜻은 비슷한데 잘못 사용되는 용어도 있지만 서로 다른 나라의 말이 뒤섞여 새로운 용어가 된 예도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독일어와 영어가 일본에서 합성된 자일파티 (seil 독 + party 영)라는 용어가 있다. 뜻은 한 로프에 같이 묶은 일행을 말하는 것으로 정확한 용어는 자일샤프트 (seilschaft)라고 해야 옳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적불명의 용어가 일본에서 산악소설의 제목이 되어 공전의 인기를 얻고 급기야는 국내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는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와 함께 왜정 때의 잔재로 막영 (幕永)이나 독도법 (讀圖法), 천기도 (天氣圖) 등이 있다. 혹자는 한자의 뜻이 같으므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막영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용어다. '막영'은 '야영', '독도법'은 '지도 보는 법', '천기도'는 '일기도'라는 우리말이 있는 이상 일본말이 어원인 이런 용어는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할 일제의 잔재라 할 수 있다.
흔히 히말라야 원정시 등산준비를 끝내고 목표로 하는 산 기슭까지 며칠씩 걸려서 짐과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카라반 (caravan)이라고 하는데, 이는 상인들이 사막 등지를 가로지를 때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무리를 지어가는 대상을 뜻하는 불어를 일본인 들이 멋대로 사용한 용어다. 이는 과거 수많은 일본인 들이 네팔에 다녀간 덕택으로 네팔 관광성에서조차 정부의 공식 문건에 카라반이라는 용어를 쓰는 지경에 이러렀다. 이러한 과정을 영어권에서는 어프로칭 마치 (approaching march)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예 말고도 우리가 만든 국적불명의 조어인 '낙자'라는 것이 있다. 절벽에서 하강할 때 줄을 이용해서 내려오자면 줄을 사려서 아래로 던져야 한다. 이때 '낙자'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낙자는 한자의 떨어질 '락' ('落')자와 독일러 자일의 '자'를 합한 한·독 합작용어다. 이러한 조어는 초심자들이 경험자들로부터 쉽게 배워서 스스럼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쉽게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낙자' 같은 국적불명의 단어보다는 '줄 내려갑니다'라고 확실하게 외치는 것이 자랑스런 한국 등산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