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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사용기] 캔디드용 단렌즈의 옥동자, 시그마 30.4 (삼식이) 본문
![](http://blogfiles14.naver.net/data18/2006/7/29/189/Sigma_30.4_1_resize-pajumi2004.jpg)
(1) 서론: 삼식이, 새로운 표준을 노리다
크롭 바디 DSLR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표준렌즈'의 개념이 조금 더 풍부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말 나온 김에 '표준'의 정의에 대해 간단히 짚고넘어가보면, 두 가지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화각이 인간의 시야와 비슷한 45도냐는 것이며, 둘째는 초점거리가 촬상면의 대각선 길이와 비슷하냐는 것이라고들 하는데요. 대략 엇비슷한 결과가 나오므로 둘 중 아무 걸로나 따져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35mm에서의 표준은 50mm고 120 포맷 중형카메라에서의 표준은 80mm이며, APS-C 포맷 크롭 바디에서의 표준은...... 30~35mm가 되는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문제는 말이 쉬워 '크롭 바디'지 회사마다 크롭 비율(=이미지 센서의 크기)이 다르다는 겁니다. 올림푸스의 포서즈야 논외로 치더라도, 캐논의 어떤 모델은 1.6배이고 또 어떤 모델은 1.3배이며 니콘은 1.5배인데 시그마는 1.7배입니다. 서드파티의 단렌즈 중 탐론 90마와 함께 비교불허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30.4, 통칭 '삼식이'가 자랑하는 특이한 초점거리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죠. 30mm X 1.5 = 45mm, 위의 기준에 의거해서 따져보면 오히려 이게 표준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워낙 50mm가 장기집권을 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버려놨으므로 뭔가 좀 허전합니다. 30mm X 1.6 = 48mm, 오...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30 X 1.7 = 51mm, 음...! 그냥 칼같이 표준이라고 우겨도 시비 걸 사람 별로 없을 듯합니다.
이런 셈법이 아닐까 합니다. 자사의 바디에서 칼같은 표준이자 단연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캐논의 보급형 바디에서도 거의 표준인(특히 1.6배 바디에서는 기존의 35mm보다도 더 표준에 가까운) 단렌즈. 이것만으로도 벌써 50점 먹고들어가지 않나요? 물론 달랑 이것만 가지고는 서드파티라고 할 수 없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어집니다.
(2) 특징: 옥동자 만들기 대작전
서드파티로 살아남기 위한 옥동자 만들기 대작전, 챕터 원! F1.4! 단렌즈 밝기가 이쯤은 돼야 소비자의 마음을 녹이지... 어두컴컴한 까페에서도 플래쉬 없이 충분히 찍을 수 있으니까요. 달리 별명이 '까페 렌즈'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에는 큼지막한 낚시바늘이 하나 더 달려있으니, 니콘 유저라면 이 조리개값에 혹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아니면 초짜들 MF 훈련 시키자는 깊은 뜻이신지 아직까지도 니콘에서는 AF 35.4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는 거지요. 울며 겨자먹기로 35mm F2를 쓰든지 MF에 도전해보든지, 그도 아니면 삼식이에 눈이 안갈 수가 없는 상황, 시그마는 좋겠습니다. 니콘 형님께서 밀어주셔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요.
대작전, 챕터 투! HSM! 초음파모터의 스피드와 정숙성은 지름신의 앞길에 주단을 깔지... 솔직히 30mm 단렌즈에 초음파모터가 필요할까요? 끝에서 끝까지 오가는데 그거 얼마나 걸린다고 모터 씩이나... 실제로 다른 표준계 단렌즈들과 비교해서 유다른 속도감을 느끼지도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소음이 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캔디드에 그만큼 더 유리한 게지요.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 대작전은 원래 하나 더 있으니까요.^^
대작전, 챕터 뜨리! 가격! 메이저와 확실히 차이 나는 가격은 카드에서 마찰열이 나게 만들지... 캐논 35.4의 신품 최저가가 현재 148만원 남짓으로 나오는군요. 울며 먹는 겨자 니콘 35mm F2는 36만원. 반면에 삼식이는 44만원 가량으로 검색됩니다. 3배가 싸거나 혹은 2배가 밝거나... 그것도 모자라서 남들은 달랑 렌즈만 주는 판에 시그마에선 후드도 주고 쿠션 엄청 빵빵한 케이스도 줍니다. 이거 하나하나 따로 살려면 헝그리 급으로도 만원 넘어가는 거 아닙니까.
뭐 이만하면 특장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유저고간에 일단 한번쯤은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군요(풀프레임 바디 사용자는 제외). 이제 실제 성능만 적당히 받쳐준다면 퀸카 등극은 따논 당상이겠습니까. 과연 그럴까요? 제목이 왜 '단렌즈의 퀸가'가 아니라 '캔디드용 단렌즈의 옥동자'가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해 삼식이는 장점과 단점이 각각 뚜렷한 녀석이기 때문이라는 게 제 사용소감입니다.
(3) 제원
이제서야 제원 나옵니다. 사용소감을 쓰려니 아무래도 제원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겠기에... 대략 이렇습니다.(의미 있다 싶은 것만 씁니다.)
▲ 정식명칭: 시그마 AF 30mm F1.4 EX HSM DC
알고 보니 꽤나 아카데믹한 본명을 갖고 있습니다. 오토포커스가 되는, 초점거리 30mm에, 조리개가 1.4까지 열리는, 나름 시그마 라인업 중에서는 고급에 속하는[EX], 초음파모터가 달린[HSM], 크롭바디에서만 쓸 수 있는[DC] 렌즈...라는 뜻이죠. 네, 풀프레임 바디에서는 못 쓰는 물건 되겠습니다.
▲ 화각: 45도
딱 표준입니다만, 어디까지나 시그마 바디 기준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아래에서 다시 거론하죠.
▲ 최단촬영거리: 40cm. 최대배율: 1:10.4
30mm다보니 꽤 접근해봐야 이 정도 배율밖에 안 나옵니다. 접사 비스무리하게도 안됩니다. 이 렌즈로 접사를 시도하실 분이야 거의 없겠습니다만.
▲ 크기: 76.6 X 59mm. 무게: 430g.
크기야 표준계 단렌즈가 도토리 키재기라고 쳐도, 무게는 살짝 움찔합니다. 웬만한 표준계 단렌즈의 딱 2배에 이르는군요. 실제로 들어보면 묵직한 것이 생김새까지 둥글둥글해서 일단 외양부터가 퀸카보다는 옥동자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4) 장점과 단점들
거론할 만한 장단점의 과반수는 이미 나와버렸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게 몇 가지 더 있으니 다시 한번 총정리를 해보죠. 우선 장점입니다.
▲ 1.6~1.7배 크롭 바디에서 가장 표준에 가까운 화각을 보인다.
▲ F1.4라는 넉넉한 밝기를 가졌다. 특히 니콘 AF 35.4가 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선 더 귀해보인다.
▲ 초음파모터가 달려서 AF가 충분히 빠르고 매우 조용하다.
▲ 메이저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순둥이다. 게다가 후드도 주고 케이스도 준다.
여기까지는 이미 다 얘기했네요.
▲ 중심부 선예도는 정말 좋다.
그렇습니다. 다들 말씀하시듯 중심부 선예도만큼은 별로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좋더군요. 최대개방에서도 충분히 쓸 만하고 두 스탑쯤 조이면 극강입니다. 선예도만 가지고 렌즈를 평가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렇다고 선예도 빼고 렌즈를 평가하기도 곤란한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좋은데 더 뭘 따질 게 있을까 싶습니다마는,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단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풀프레임 바디에서는 못 쓴다.
▲ 최대배율이 너무 낮다.
▲ 단렌즈 특유의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다.
역시 여기까지는 위에서 이미 얘기했구요. 사실 특별한 단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 주변부 선예도가 많이 처진다.
그렇다고 그럽니다. 포토존의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요. 그런데 저는 이 놈을 어두운 실내에서의 인물촬영에 주로 썼기 때문에 대개 F2.0 이하로 놓아왔고, 따라서 주변부는 선예도를 고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날라간 사진이 거진반이라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비네팅과 색수차도 좀 있다는데, 역시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 광각왜곡이 심한 편이다.
저한테는 오히려 이 부분이 결정적으로 걸렸습니다. 마치 지금도 잘 쓰고 있는 것처럼 말해왔지만, 실은 이것 때문에 50.4로 바꿔먹은 이후라죠.^^;;; 제가 광각왜곡에 많이 민감한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여튼 가까이서 찍으면 딱딱한 직선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꿔주는 재주만은 확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번들 줌보다도 못한 결과를 보여주는지라(수치로나 실제로 써보나), 저처럼 왜곡에 민감한 분이라면 생각을 다시 해보셔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 1.5배 크롭 바디에서는 살짝 표준이 아니다.
방출요인 2위였습니다. 니콘에서 환산화각 45mm... 까짓 5mm가 뭐 그리 신경 쓰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줌렌즈로 30mm 놓아보고 35mm 놓아보면 안 쓰일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다가 뷰파인더를 대면 늘 뭔가 숨겨진 1인치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것은 사용자에 따라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일 수도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제가 충분한 거리를 두고 특정한 대상을 노려서 찍는 쪽에 조금 더 가까울 겁니다, 아마도. 저같은 분이시라면 표준이고 뭐고 다 떠나서 50.4로 가시기를 강력히 권유합니다. 반면 넉넉한 화각으로 길거리 캔디드나 여러 명의 인물을 주로 찍으시는 쪽이라면 당연히 30.4가 나을 겁니다.
▲ 핀문제가 많이 제기된다.
저는 칼핀을 뽑아서 잘 썼습니다만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 7월 1일부터 국내에서 무상으로 핀교정을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며칠 맡기는 수고만 마다지 않으신다면 접어줄 수 있는 단점이 되었습니다. 무상 핀교정 기한이 2년 반이라니 넉넉하겠네요.
(5) 샘플 사진 몇 장
화질 테스트샷은 생략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올리셨기도 하고, 보다 결정적으로 방출해놓고 보니 찍어놓은 테스트샷이 없더라는... 아래의 샘플 사진들은 모두 무크롭, 무보정에 포토웍스에서 샤픈만 3을 주었습니다. 샤픈도 보정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 정도는 리사이즈할 때 필요하기도 하고 또 바디의 설정만으로도 왔다갔다 하는 값이니까요. 주로 찍었던 것은 실내 인물사진이었습니다만, 초상권 문제 때문에 다른 것으로만 올리는 고충을 헤아려주시길...
![](http://blogfiles2.naver.net/data18/2006/7/29/161/%BB%EF%BD%C4%C0%CC_%B9%AB%BA%B8%C1%A4_%BB%F9%C7%C3_1_resize-pajumi2004.jpg)
![](http://blogfiles4.naver.net/data19/2006/7/29/131/%BB%EF%BD%C4%C0%CC_%B9%AB%BA%B8%C1%A4_%BB%F9%C7%C3_3_resize-pajumi2004.jpg)
![](http://blogfiles7.naver.net/data20/2006/7/14/38/%BA%ED%B7%CE%B1%D7-%BF%C0%C1%D7%C7%E5_060708_%BF%C0%C1%D7%BD%A3_2_resize-pajumi2004.jpg)
(6) 결론
제목으로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디에 따라) 표준에서 살짝 광각에 걸치는 화각, 널널한 밝기, 빠르고 조용한 AF, 캔디드용으로 적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군요. 물론 표준계이므로 실제 활용범위는 훨씬 넓을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야 풍경도 찍을 수 있고 인물도 찍을 수 있고 행사/공연까지도 못 찍을 건 없겠지요.
하지만 렌즈를 이것저것 쓰다보니 역할이란 게 있기는 있는 것 같더군요. 풍경엔 역시 18~24mm 정도(이하, 크롭 바디 기준)의 광각, 인물엔 역시 50~85mm 정도의 준망원, 행사/공연은 아무래도 일단 70(80)-200mm 정도의 망원이 제격인 것 같구요. 거꾸로 일상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한 용도로는 30~35mm의 표준계가 최고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최대배율이 너무 낮다든지, 주변부 선예도가 좀 떨어진다든지, 광각왜곡이 다소 심하다든지 하는 단점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겠네요. 이래저래, 두툼하고 묵직한 외관과 순박한 가격까지 더해져 '캔디드용 단렌즈의 옥동자'가 딱이지 않나 싶습니다. 삼식이, 누군지 몰라도 별명 잘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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